몇 달 전 새벽 세 시, 오른손 새끼손가락 쪽이 저릿해서 잠이 깼습니다. 손을 털고 다시 누우면 괜찮아졌습니다. 처음 두어 번은 자세 때문이라고 넘겼습니다. 그런데 낮에도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 있으면 같은 자리가 저렸습니다. 손끝이 찌릿하고, 물건을 쥘 때 감각이 조금 둔한 느낌이었습니다.
약국에서 비타민B군 제품을 권해줘서 몇 개를 비교했습니다. 그런데 제품마다 담긴 성분이 너무 달랐습니다. 어떤 것은 벤포티아민 100mg을 앞세우고 있었고, 어떤 것은 비타민B1·B2·B6·B12를 조금씩 담아 ‘영양소 기준치 1,000%’를 강조했습니다. 같은 B군인데 무엇을 얼마나 담았는지가 전혀 달랐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저림은 원인이 여러 갈래라서, 어느 원료를 고르기 전에 어느 갈래인지부터 좁혀야 한다는 걸요. 이 글은 그 순서를 정리한 기록입니다.
저림은 세 갈래에서 옵니다
첫째는 신경 쪽입니다. 목 디스크나 손목 터널처럼 신경이 지나는 통로가 눌리는 경우입니다. 둘째는 혈관과 대사 쪽입니다. 혈당이 높은 상태가 오래 이어지면 말초 신경부터 영향을 받습니다. 셋째는 자세와 압박입니다. 팔꿈치를 접고 자거나 팔베개를 하고 자면 밤에 저림이 몰립니다.
이 셋은 겹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새벽에 깨는지, 어느 손가락인지, 낮에도 그런지를 먼저 적었습니다. 저는 새끼손가락 쪽이었고 낮에는 오래 앉아 있을 때만 나타났습니다. 이 기록이 진료에서 꽤 유용했습니다.
라벨에서 B군은 묶음으로 표시됩니다
비타민B군은 하나의 원료가 아니라 여덟 가지를 묶어 부르는 이름입니다. 그래서 라벨에는 여러 성분이 나란히 적히고, 오른쪽에 ‘영양소 기준치 대비 %’가 붙습니다. 이 %는 하루에 필요한 양과 비교한 비율입니다. 문제는 비율이 큰 숫자가 눈에 띄어서, 실제 양이 얼마인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 확인 항목 | A 제품 | B 제품 |
|---|---|---|
| 비타민B1 표기 | 벤포티아민 100mg | 비타민B1 10mg (기준치 1,000%) |
| 비타민B6 | 100mg (기준치 6,667%) | 2mg (기준치 133%) |
| 비타민B12 | 500㎍ (기준치 20,833%) | 2.4㎍ (기준치 100%) |
| 하루 섭취량 | 1정 | 1정 |
두 제품을 나란히 두면 성격이 다르다는 게 보입니다. A는 특정 성분을 크게 담은 쪽이고, B는 하루 필요량을 고르게 채우는 쪽입니다. 어느 쪽이 좋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다만 목적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고르는 것과 모르고 고르는 것은 다릅니다.
벤포티아민이라는 이름
벤포티아민은 비타민B1에 지용성을 더한 형태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에 잘 녹는 B1을 체내에 더 머물게 하려고 만든 유도체입니다. 일본에서 말초신경 관련 용도로 쓰인 이력이 있어서인지, 손끝 저림을 호소하는 분들이 먼저 찾는 이름이기도 합니다.
다만 국내 건강기능식품에서 이 이름이 특별한 기능성 문구를 달고 나오지는 않습니다. 비타민B1은 영양성분으로 표시될 뿐이고, ‘말초신경에 좋다’는 식의 표시는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라벨에서는 이름보다 함량과 영양소 기준치를 보는 편이 낫습니다.
비타민B6는 많을수록 좋은 게 아닙니다
B군 제품을 고를 때 가장 조심해서 보는 항목이 B6입니다. 국내 상한섭취량은 성인 기준 1일 100mg이었는데, 2025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에서는 50mg으로 절반 낮춰 제시되었습니다. B6의 신경 관련 부작용 사례가 검토에 반영된 결과입니다. 그래서 ‘기준치 6,667%’처럼 적힌 제품은 하루 필요량을 채우는 개념이 아니라, 새 기준의 상한을 넘길 수 있는 숫자를 담고 있다는 뜻이 됩니다.
고용량 B6를 수개월 이상 먹었을 때 손발 저림이나 감각 둔화가 나타난 사례가 보고되어 있습니다. 신경병증 사례 대부분은 1일 250mg 이상을 장기간 섭취한 경우라는 정리도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 저림 때문에 먹는 제품에서 저림을 부를 수 있는 성분을 고함량으로 담는 건 순서가 뒤집힌 일이라고 느꼈습니다.
B12는 흡수 문제가 먼저일 수 있습니다
비타민B12는 들어 있는 양보다 흡수되는 경로가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B12는 위에서 나오는 내인자라는 단백질과 만나야 흡수됩니다. 위 수술을 받았거나, 위산을 줄이는 약을 오래 복용하거나, 메트포르민을 장기간 복용하는 경우에는 같은 양을 먹어도 챙겨지는 양이 적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라벨의 숫자만 키우기보다 검사로 확인하는 편이 빠릅니다. 실제로 채식 위주로 식사하는 분, 술을 자주 마시는 분, 위장이 예민한 분에게서 B12가 낮게 나오는 경우를 봤습니다.
자세와 수면 습관도 같이 봅니다
영양제를 바꾸기 전에 확인할 항목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밤에 팔이 접히는지입니다. 팔꿈치를 굽힌 채 자면 그 사이로 지나가는 신경이 계속 눌립니다. 팔베개를 하는 습관, 손목을 꺾은 자세로 자는 습관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잠잘 때 팔꿈치가 덜 접히도록 얇은 쿠션을 옆에 두었습니다. 낮에는 한 시간마다 손목을 돌려 펴는 동작을 넣었습니다. 두 가지를 3주쯤 해보니 새벽에 깨는 횟수가 줄었습니다. 영양제를 늘리기 전에 해볼 만한 조치입니다.
검사에서 확인하는 항목
저림이 2주 이상 이어지면 검사를 권합니다. 공복 혈당과 당화혈색소, 갑상선 기능, 비타민B12와 엽산, 페리틴을 함께 봅니다. 목이나 손목의 신경 압박이 의심되면 신경전도검사나 영상검사가 더해집니다.
이 검사들이 중요한 이유는 결과에 따라 방향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B12 부족이 확인되면 그것부터 채우는 게 순서이고, 혈당 문제가 확인되면 식사와 치료가 먼저입니다. 검사 없이 B군 제품만 갈아 끼우면 몇 달을 그대로 보내게 됩니다.
제품을 나란히 놓고 볼 때
결국 저는 두 가지를 나눠서 봤습니다. 부족한 것을 채우는 목적이라면 영양소 기준치를 고르게 채운 제품으로, 특정 성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서면 그 성분을 따로 확인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B6 함량이 지나치게 큰 제품은 피했습니다.
그리고 검사 결과지를 받으면 복용 중인 영양제 목록을 옆에 적어 두시면 좋습니다. 어떤 원료를 언제부터 얼마나 먹었는지가 있어야 숫자 변화를 읽을 수 있습니다.

저림이 갑자기 한쪽으로 퍼지거나 힘이 빠지는 느낌,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이 함께 오면 영양제를 볼 단계가 아닙니다. 그때는 바로 진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먹는 시간대와 속쓰림
B군 제품은 공복에 먹으면 속이 쓰리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저도 처음에 아침 공복에 먹었다가 명치가 답답했습니다. 식후로 옮기고 나서 괜찮아졌습니다. 라벨에 식후 복용으로 안내되어 있다면 그 표기를 따르는 편이 낫습니다.
커피와 함께 먹는 것도 피했습니다. 카페인이 많은 날에는 어차피 몸이 예민해져서 증상 변화를 읽기 어렵습니다. 3개월쯤 먹고 나서 검사를 다시 받아 수치가 어떻게 움직였는지 확인하는 순서로 갔습니다.
본 글은 건강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된 참고용 콘텐츠이며, 질병의 진단·치료·예방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개인의 건강 상태와 복용 중인 약에 따라 필요한 영양소가 다를 수 있으니, 구체적인 사항은 의사·약사 등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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