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노스는 포도당과 아주 닮은 단순당입니다.’
지난 봄 지인이 해외 직구 사이트에서 산 가루 한 통을 보여 준 적이 있습니다. 물에 타 먹는 흰 가루였는데 이름이 D-만노스라고 했습니다. 방광이 자주 불편해서 검색하다 찾았다며, 한국에서는 왜 파는 데가 없느냐고 물었습니다.
저도 그때는 이유를 정확히 알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원료 목록을 들여다보고 나서야 이유를 알았습니다. 만노스가 나쁜 성분이라서가 아니라, 국내 제도에서 이 성분이 놓인 자리가 해외와 다르기 때문이었습니다. 한국과 해외의 규제가 다르다 보니 이런 성분들이 꽤 있습니다. 그래서 직구와 역직구 비즈니스 규모가 꽤 큰 것이구요. 오늘은 만노스가 어떤 성분이고, 국내에서는 왜 다른 방식으로 다뤄지는지 알아보겠습니다.
흡수되지 않고 지나가는 당
만노스는 포도당과 아주 닮은 단순당입니다. 화학 구조가 거의 같고 배열만 조금 다릅니다. 크랜베리를 비롯한 여러 과일에 자연적으로 들어 있습니다. 앞에 붙은 D는 분자의 방향을 나타내는 표기이니 크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런데 몸에서 다루는 방식이 포도당과 다릅니다. 포도당은 대부분 흡수되어 에너지로 쓰이지만, 만노스는 상당 부분이 그대로 통과해 소변으로 빠져나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흡수되지 않고 지나간다는 점, 이것이 이 성분의 특징입니다. 몸에 쌓여 무언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지나가면서 일한다는 뜻입니다.
바로 이 성질 때문에 요로와 연결되어 이야기됩니다. 소변에 만노스가 섞여 흐르면서, 요로에 있는 유해균이 벽에 달라붙는 것을 방해한다는 설명입니다. 균을 죽이는 방식이 아니라 붙지 못하게 해서 씻겨 나가도록 돕는다는 접근입니다. 유리창에 무언가 붙지 못하게 코팅을 해 두는 것과 비슷한 발상입니다.
크랜베리와 닮은 이야기
이 설명, 어딘가 익숙하실 겁니다. 크랜베리를 두고 하는 이야기와 거의 같기 때문입니다. 두 성분이 같은 원리로 설명된다는 뜻입니다.
크랜베리에는 프로안토시아니딘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는데, 이 역시 유해균이 요로 벽에 붙는 것을 막는 쪽으로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만노스와 크랜베리가 나란히 언급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리고 국내에서 요로 건강 기능성을 인정받은 것은 만노스가 아니라 크랜베리 쪽입니다. 크랜베리추출물이 개별인정을 받아, 요로의 유해균 흡착을 억제해 요로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기능성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반면 만노스 자체를 기능성 원료로 인정받은 사례는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국내 매대에서는 만노스 단독 제품보다 크랜베리 제품이 눈에 띄는 것입니다.
표현이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여기가 오늘 글의 핵심입니다. 해외에서는 만노스가 요로감염 예방이라는 표현과 함께 팔립니다. 그런데 국내 크랜베리 제품의 문구를 보면 요로의 유해균 흡착 억제라고만 되어 있습니다. 왜 이렇게 돌려 말할까요.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에는 이런 조항이 있습니다. 질병의 치료나 예방 효과가 있는 원료는 기능성 원료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입니다. 이 문장이 모든 것을 설명합니다.
요로감염은 질병입니다. 그러니 어떤 성분이 요로감염을 예방한다는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 표현으로는 건강기능식품 기능성이 될 수 없습니다. 질병 영역은 의약품이 다루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국내에서는 질병 이름을 빼고, 몸의 기능을 돕는다는 방식으로 문구가 만들어집니다. 유해균 흡착 억제라는 표현이 그렇게 나온 것입니다.
돌려 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구분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건강기능식품이 질병을 다룬다고 표시하기 시작하면 사람들이 치료를 미루게 되기 때문입니다. 질병관리청도 건강기능식품은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가 아니라 건강 유지와 개선을 돕는 식품이며 의약품을 대신할 수 없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앞서 퀘르세틴이나 카바를 다룰 때 국내와 해외의 차이를 말씀드렸는데, 만노스는 또 다른 유형입니다. 위험해서 막힌 것도 아니고 근거가 없어서 인정을 못 받은 것도 아닙니다. 그 성분이 향하는 목적지가 애초에 건강기능식품의 영역이 아닌 경우입니다.
근거는 어느 정도일까
그렇다면 실제 근거는 어느 정도일까요. 만노스는 아직 대규모 연구가 충분하지 않은 편입니다.
비교적 자료가 많은 크랜베리를 보면 짐작이 갑니다. 국제적인 연구 검토에서도 크랜베리가 요로 감염 재발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근거는 있지만 그 효과가 작고, 연구마다 결과가 엇갈린다고 정리하고 있습니다. 이미 생긴 감염을 치료하지는 못한다는 점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어떤 성분을 얼마나 써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조차 확립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즉 만노스든 크랜베리든, 예방적으로 도움을 줄 가능성이 언급되는 정도이지 확실한 해결책은 아닙니다. 불편한 증상이 있을 때 이런 성분으로 버티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요로 관련 증상은 방치하면 더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병원에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항생제가 필요한 상황을 보충제로 미루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챙기신다면 알아 둘 것
그럼에도 관리 차원에서 관심이 있으시다면 몇 가지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국내에서는 만노스 단독보다 크랜베리추출물이 든 건강기능식품을 찾으시는 편이 확실합니다. 인증마크가 있고 기능성 문구가 표시되어 있어, 어떤 기준으로 인정받았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개별인정형 원료이니 인정받은 원료를 쓴 제품인지도 함께 보시면 좋습니다.
직구를 고려하신다면 앞서 말씀드린 대로 해외직구식품 올바로에서 성분을 검색해 보시기 바랍니다. 국내 반입이 가능한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해외에서 팔린다고 국내에 들여올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만노스는 당의 한 종류입니다. 대부분 흡수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당뇨가 있거나 혈당을 관리하시는 분은 전문가와 상의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신장 기능에 문제가 있는 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소변을 통해 빠져나가는 성분인 만큼 신장에 부담이 될 수 있는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많은 양을 한꺼번에 드시면 배가 더부룩하거나 변이 묽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임산부와 수유부는 안전성 자료가 충분하지 않으니 피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무엇보다 요로 건강의 기본은 물을 충분히 마시고 소변을 오래 참지 않는 것입니다. 어떤 성분도 이 기본을 대신하지 못합니다. 앞서 여름철 수분 이야기를 하면서 말씀드린 것처럼, 물을 규칙적으로 마시는 습관이 여기서도 바탕이 됩니다.
정리하면 만노스는 흡수되지 않는 성질 덕분에 요로와 연결되어 이야기되는 성분이고, 국내에서는 같은 결의 역할을 크랜베리추출물이 맡고 있습니다. 성분이 보이지 않는다고 나쁜 것이 아니라, 그 나라의 제도가 어떻게 짜여 있는지의 문제일 때가 있습니다. 이 차이를 알고 보면 해외 제품을 볼 때도 기준이 생깁니다. 오늘 내용이 해외 영양제를 두고 고민하시던 분들께 참고가 되었으면 합니다.
본 내용은 건강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질병의 진단이나 치료를 위한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건강기능식품은 의약품이 아니며, 증상이 지속되거나 복용 중인 약이 있는 경우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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