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스테롤이 걱정된다며 달걀 노른자를 떼어 내고 흰자만 드시는 분, 주변에 한 분쯤은 계실 겁니다. 그런데 그렇게 버려지는 노른자 안에 ‘콜린’이라는 꽤 중요한 영양소가 들어 있다는 사실은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비타민B와 비슷한 듯하면서도 이름조차 생소한 이 영양소는, 알고 보면 우리 뇌와 간에 두루 관여하는 숨은 일꾼입니다. 최근 서구에서는 가장 주목받는 영양소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합니다. 오늘은 콜린이 무엇인지, 우리 몸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그리고 어떤 음식으로 챙길 수 있는지를 차분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콜린이란 무엇일까
콜린은 비타민B 복합체와 비슷한 성질을 지닌 수용성 필수 영양소입니다. 물에 잘 녹는 성질을 지녀 비타민B군처럼 우리 몸의 신진대사 곳곳에 관여합니다. 역사도 꽤 오래되어, 1862년 한 독일 화학자가 담즙에서 처음 발견했고, 그리스어로 담즙을 뜻하는 ‘콜레’에서 이름이 유래했습니다. 한때는 비타민B4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지금은 비타민이라 부르지 않을까요. 우리 몸이 콜린을 소량이나마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타민의 정의 자체가 ‘체내에서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아 반드시 음식으로 섭취해야 하는 물질’인데, 콜린은 어느 정도 자체 생산이 되니 엄밀한 의미의 비타민에서는 빠진 것입니다. 다만 그 양이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만큼을 채우기에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부족한 부분은 반드시 음식으로 채워 줘야 하는, 이른바 ‘조건부 필수 영양소’로 분류됩니다. 스스로 조금 만들지만 그것만으로는 모자라니, 결국 챙겨 먹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미국에서는 1998년에 콜린을 공식적인 필수 영양소로 지정하기도 했습니다.
콜린은 우리 몸에서 무슨 일을 할까
기억의 전령, 아세틸콜린의 재료
콜린의 가장 잘 알려진 역할은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만드는 재료가 된다는 점입니다. 아세틸콜린은 뇌에서 기억과 학습, 근육의 움직임, 그리고 기분에 관여하는 중요한 물질입니다. 신경과 신경 사이에서 신호를 실어 나르는 일종의 전령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콜린이 충분해야 이 아세틸콜린이 원활하게 만들어지기 때문에, 콜린은 인지 기능과 관련해 자주 언급됩니다. 일부 운동선수가 집중력과 근육 조절을 위해 콜린을 챙기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아세틸콜린을 만드는 능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어, 중년 이후 인지 건강을 이야기할 때 콜린이 자주 거론되기도 합니다.
세포막을 짓는 벽돌
콜린은 세포막의 주요 구성 성분인 포스파티딜콜린의 핵심 재료이기도 합니다. 포스파티딜콜린은 흔히 레시틴이라고 불리는데, 세포 하나하나를 감싸는 막을 튼튼하게 유지하고 세포 사이의 신호 전달을 돕습니다. 우리 몸은 수십조 개의 세포로 이뤄져 있으니, 그 막을 짓는 재료가 부족해서는 곤란하겠지요. 앞서 다룬 포스파티딜세린 같은 인지질과 더불어, 콜린은 우리 몸의 세포를 짓는 기본 벽돌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간을 지키는 청소부
콜린은 간 건강과도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간에 지방이 쌓이는 것을 막고, 쌓인 지방을 간 밖으로 내보내 에너지로 활용하도록 돕기 때문입니다. 비유하자면 간에 기름때가 끼지 않도록 부지런히 청소하고 운반해 주는 역할인 셈입니다. 그래서 콜린이 부족하면 지방이 간에 축적되어 지방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술을 즐기거나 기름진 식사가 잦은 분이라면 한 번쯤 관심을 가져 볼 만한 영양소입니다. 더불어 콜린은 메틸 대사라는 과정에도 관여해, 혈중 호모시스테인 수치를 조절하는 데에도 한몫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콜린은 어떤 음식에 들어 있을까
다행히 콜린은 우리가 평소 먹는 음식에 두루 들어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글머리에서 이야기한 달걀, 그중에서도 노른자입니다. 달걀 한 알에 들어 있는 콜린의 양이 상당해서, 노른자를 버리는 것은 그만큼 콜린을 버리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 밖에 소고기와 닭고기 같은 육류, 생선, 콩과 두부, 브로콜리나 배추 같은 십자화과 채소, 견과류 등에도 풍부합니다. 평소 고기와 생선, 달걀, 콩을 골고루 드신다면 콜린이 부족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다만 바쁜 일상에 끼니를 자주 거르거나 한쪽으로 치우친 식사를 한다면, 자신도 모르게 권장량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합니다.
다만 콜린이 부족해지기 쉬운 분들도 있습니다. 임신과 수유 중인 여성, 운동량이 매우 많은 사람, 술을 과하게 즐기는 사람, 폐경기 여성, 그리고 동물성 식품을 거의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 등입니다. 특히 임신 중에는 태아의 두뇌 발달에 콜린이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더욱 신경 써서 챙기는 것이 좋습니다. 콜린은 달걀이나 고기 같은 동물성 식품에 특히 많은 만큼, 채식을 하는 분이라면 콩이나 견과류, 십자화과 채소를 의식적으로 챙기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참고로 미국에서는 콜린의 하루 충분섭취량을 성인 여성 약 425mg, 성인 남성 약 550mg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콜린, 기억해야 할 점
우선 앞서 말씀드린 대로, 균형 잡힌 식사를 한다면 콜린은 대체로 음식만으로 충분히 채울 수 있습니다. 보충제를 따로 챙긴다면 과하게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무엇이든 부족해도 문제지만 지나쳐도 좋을 것이 없습니다. 콜린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몸에서 비린내 같은 체취가 나거나, 저혈압, 구토 등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콜린과 관련해 ‘콜린알포세레이트’, 이른바 알파GPC라는 이름을 들어 보셨을 텐데, 이것은 콜린을 뇌까지 잘 전달하도록 변형한 의약품으로, 주로 뇌 기능 저하나 퇴행성 변화와 관련해 처방되는 약입니다. 실제로 우리가 먹은 콜린이 뇌까지 도달하려면 까다로운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모양을 바꾼 것이 바로 이 성분입니다. 즉 일반 건강기능식품이나 식품으로서의 콜린과는 분명히 구분해야 합니다. 콜린이 인지 건강과 관련해 연구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콜린 보충제가 치매를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약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 두셔야 합니다. 건강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거나 약을 복용 중이라면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