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이십 대 때보다 덜 먹습니다. 야식도 줄였고, 밥도 한 공기를 다 비우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몸무게는 슬금슬금 늘어만 갑니다. 예전에는 며칠만 신경 쓰면 쉽게 빠지던 살이, 이제는 몇 주를 애써도 꿈쩍하지 않습니다. 억울한 마음이 들 만도 합니다. 그럴 때 우리는 흔히 이렇게 말합니다. “대사가 떨어졌나 보다.” 그런데 이 ‘대사’라는 말, 자주 쓰지만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 아는 분은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오늘은 대사가 무엇이고 왜 나이가 들수록 느려지는지, 그리고 대사와 관련된 영양소에는 무엇이 있는지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대사란 무엇이고, 기초대사량이란
대사, 정확히는 신진대사란 우리 몸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물질의 분해와 합성을 통틀어 이르는 말입니다. 음식을 먹어 에너지로 바꾸고, 그 에너지로 몸을 움직이고 체온을 유지하고 세포를 새로 만드는 이 모든 과정이 대사입니다.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곧 대사가 돌아가고 있다는 뜻인 셈입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 ‘기초대사량’입니다. 기초대사량이란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 다시 말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누워 있어도 소모되는 에너지의 양입니다. 숨을 쉬고 심장이 뛰고 체온을 유지하는 데 쓰이는 에너지이지요. 놀라운 점은 이 기초대사량이 우리가 하루에 쓰는 전체 에너지의 60에서 70퍼센트가량을 차지한다는 사실입니다. 운동으로 태우는 칼로리보다, 가만히 있을 때 쓰는 에너지가 훨씬 크다는 뜻입니다. 참고로 성인의 하루 기초대사량은 대체로 여성이 1,200에서 1,500킬로칼로리, 남성이 1,500에서 2,200킬로칼로리 범위에 드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다이어트를 이야기할 때 기초대사량이 그토록 자주 등장하는 것입니다.
왜 나이가 들수록 대사가 느려질까
그렇다면 왜 세월이 흐를수록 대사가 느려지는 걸까요.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근육입니다. 우리 몸에서 근육은 가만히 있어도 에너지를 꾸준히 소비하는 조직입니다. 반면 지방은 그렇지 않습니다. 실제로 아무 활동을 하지 않아도 근육 1kg은 하루 약 14칼로리를 쓰는 반면, 같은 무게의 지방은 4칼로리 남짓밖에 태우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근육량이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근육이 줄면 기초대사량도 함께 떨어집니다. 자료에 따르면 나이를 한 살 먹을 때마다 기초대사량이 약 1퍼센트씩 감소한다고 합니다. 매년 1퍼센트라니 별것 아닌 듯 보이지만, 십 년이면 결코 작지 않은 차이가 됩니다. 그래서 이십 대 때와 똑같이 먹고 똑같이 움직여도 살이 찌는 것입니다.
여기에 하나가 더 있습니다. 극단적인 다이어트 역시 대사를 떨어뜨립니다. 몸은 갑자기 먹는 양이 줄면 위기 상황으로 받아들여 에너지를 아끼는 쪽으로 방향을 틉니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근육까지 빠지면 대사는 더 낮아집니다. 굶어서 살을 뺐는데 오히려 살찌기 쉬운 몸이 되는 아이러니가 여기서 비롯됩니다. 체중이 줄면 기초대사량도 함께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함께 알아 두시면 좋습니다.
대사를 지키는 기본은 결국 근육과 식사입니다
대사를 되살리는 방법은 사실 특별하지 않습니다. 기본에 답이 있습니다.
첫째, 근력 운동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근육량과 기초대사량은 비례합니다. 유산소 운동도 좋지만, 쉬는 동안에도 에너지를 태우는 몸을 만들려면 근육을 늘리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근력 운동은 운동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에너지 소비를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둘째, 단백질입니다. 단백질은 근육의 재료가 될 뿐 아니라, 소화하고 대사하는 과정에서 탄수화물이나 지방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쓰는 영양소입니다. 즉 먹는 것만으로도 상대적으로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셈입니다. 다이어트 중에도 단백질만큼은 챙겨야 하는 이유입니다.
셋째, 규칙적인 생활입니다. 끼니를 거르거나 폭식하는 습관, 그리고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는 대사를 흐트러뜨립니다. 또한 활동량 자체를 늘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활동량은 하루 에너지 소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데, 우리가 마음먹고 바꿀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영역이기도 합니다. 하루 걸음 수를 조금만 늘려도 별도의 운동 없이 소비 에너지를 늘릴 수 있습니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오르거나, 한 정거장 먼저 내려 걷는 것 같은 작은 습관이 쌓이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차이를 만듭니다.
대사에 관여하는 영양소들
이런 기본기 위에서, 대사 과정에 관여하는 영양소를 함께 챙기면 도움이 됩니다. 우리 몸의 대사는 수많은 효소가 맞물려 돌아가는 정교한 공장 같은데, 아래 영양소들은 그 공장이 돌아가도록 돕는 부품에 가깝습니다.
비타민B군 – 에너지 생성의 조력자
대사 이야기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비타민B군입니다. 티아민, 리보플라빈, 나이아신, 판토텐산, 비오틴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들 비타민에 대해 탄수화물과 지방, 단백질의 대사와 에너지 생성에 필요한 영양소라는 기능성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오해하지 말아야 할 점이 있습니다. 비타민B군을 먹으면 에너지가 솟아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먹은 음식에서 에너지를 꺼내 쓰는 과정에 이 영양소들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마그네슘 – 에너지 이용에 필요한 미네랄
마그네슘 역시 대사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식약처는 마그네슘을 두고 ‘에너지 이용에 필요’하고 ‘신경과 근육 기능 유지에 필요’한 영양소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현대인의 식습관에서 부족해지기 쉬운 미네랄이기도 하니, 평소 견과류나 녹색 채소를 챙겨 두시면 좋습니다.
크롬과 아연 – 대사의 조연들
크롬은 식약처가 체내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의 대사에 필요한 영양소로 인정한 미네랄입니다. 아연은 ‘정상적인 세포분열에 필요’한 영양소로, 세포가 새로 만들어지는 과정에 관여합니다. 이 밖에 요오드처럼 갑상선 호르몬 합성에 관여하는 영양소도 대사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꼭 짚어야 할 오해
위 영양소들은 대사 과정에 ‘필요한’ 것이지, 먹는다고 해서 대사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려 저절로 살이 빠지게 만드는 성분이 아닙니다. 부족하면 대사가 원활히 돌아가지 못하지만, 넘치게 먹는다고 대사가 더 빨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대사를 확 올려 준다’는 식의 광고 문구는 걸러 들으시는 편이 좋습니다.
결국 대사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근육을 잃지 않고 잘 먹고 잘 자는 평범한 습관입니다. 나이가 들며 대사가 느려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노화의 한 과정이니, 그 자체를 탓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그 속도를 늦출 수는 있습니다. 오늘 근력 운동 한 세트, 단백질 한 접시, 그리고 충분한 잠. 대사를 지키는 길은 의외로 이렇게 소박한 것들에 있습니다. 만약 유난히 피로하고 체중 변화가 급격하다면 갑상선 등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으니, 그때는 병원에서 확인해 보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