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핑계가 생기는 다이어트. 큰 맘 먹고 다이어트를 시작해 체중계 숫자가 내려가는 것을 보면 뿌듯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베개와 욕실 배수구에 머리카락이 부쩍 늘어난 것을 발견하면, 그 뿌듯함이 순식간에 걱정으로 바뀝니다. 살은 빠졌는데 머리숱까지 함께 빠져 버린 셈이니까요. 이때 급한 마음에 ‘탈모 영양제’를 검색해 보지만, 광고 문구는 요란한데 무엇을 믿어야 할지 막막합니다. 오늘은 다이어트 중에 왜 머리카락이 빠지는지, 그리고 이때 영양제를 어떤 기준으로 골라야 하는지를 차분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광고가 아니라 ‘내 몸에서 빠져나간 영양소’를 기준으로 골라야 합니다.
다이어트 탈모의 정체, 휴지기 탈모
다이어트를 하다가 머리카락이 빠지는 현상은 대개 ‘휴지기 탈모’라고 부릅니다. 우리 몸은 갑자기 들어오는 에너지가 줄어들면 위기 상황, 이른바 생존 모드에 들어갑니다. 그러면 심장이나 뇌처럼 생존에 꼭 필요한 곳에 에너지를 먼저 보내고, 당장 없어도 살 수 있는 모발은 뒷순위로 밀려납니다. 그 결과 자라고 있던 머리카락이 한꺼번에 휴지기, 즉 쉬는 단계로 접어들면서 우수수 빠지게 됩니다.
여기에 한 가지 얄궂은 특징이 있습니다. 이 현상이 곧바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체로 급격한 감량을 시작하고 두세 달쯤 지나서야 증상이 두드러집니다. 그래서 정작 본인은 원인을 짐작하지 못하고, 지금의 탈모가 지난 다이어트의 후유증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리카락이 특정 부위만 비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숱이 줄고 가늘어지는 양상이라면, 다이어트와 연결 지어 생각해 볼 만합니다. 다행인 것은 영양 결핍으로 인한 휴지기 탈모는 원인을 바로잡으면 대부분 회복된다는 점입니다. 식사를 정상으로 되돌리면 몇 달 뒤부터 다시 머리카락이 자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다만 그대로 방치하면 회복이 더뎌질 수 있으니, 빨리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왜 하필 머리카락일까
머리카락은 사실 우리 몸의 영양 상태를 비추는 거울과 같습니다. 모발의 주성분은 케라틴이라는 단백질입니다. 그런데 극단적으로 굶는 다이어트를 하면 단백질이 부족해지고, 우리 몸은 부족한 단백질을 생존에 더 중요한 곳에 먼저 씁니다. 머리카락을 만드는 데 쓸 여유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단백질만 문제가 아닙니다. 철분은 모낭에 산소를 실어 나르는 역할을 하는데, 부족하면 모발이 자라는 속도 자체가 느려집니다. 아연은 케라틴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관여하고, 필수 지방산과 비타민B군 역시 모발 건강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특히 탄수화물을 끊거나 지방을 극도로 줄이는 식으로 특정 식품군을 통째로 배제하는 다이어트를 하면, 이런 영양소가 한꺼번에 부족해지기 쉽습니다. 결국 다이어트 탈모는 ‘머리카락의 문제’가 아니라 ‘영양의 문제’인 셈입니다. 그래서 두피에 무언가를 바르는 것보다, 몸속에서 무엇이 빠져나갔는지를 살피는 것이 먼저입니다.
꼭 알아야 할 사실, ‘탈모 기능성’ 건강기능식품은 없습니다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영양제를 고르기 전에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사실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탈모 예방’이나 ‘모발 건강’에 대한 기능성을 인정받은 건강기능식품 원료는 없습니다. 흔히 탈모 영양제의 대명사처럼 알려진 맥주효모는 일반식품 원료일 뿐이고, 비오틴 역시 식약처가 인정한 기능성은 ‘지방, 탄수화물, 단백질 대사와 에너지 생성에 필요’하다는 것이지 모발 건강이 아닙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이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모발 건강 표방 식품 30개를 조사했더니, 전 제품이 과학적 근거 없이 탈모 예방이나 모발 건강을 내세우고 있었습니다. 이 중 상당수는 탈모 치료제나 건강기능식품으로 오인할 만한 광고를 하고 있었고, 나머지도 과장된 체험기를 싣는 등 부당한 광고를 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비오틴 함량을 표시한 제품 중 일부는 실제 함량이 표시량에 크게 못 미치거나 아예 검출되지 않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탈모에 직빵’이라거나 ‘먹는 발모제’ 같은 광고 문구를 보면, 오히려 한 번쯤 의심해 보시는 편이 좋습니다. 광고가 요란할수록 근거는 빈약한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보고 골라야 할까
그렇다고 영양제가 소용없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다이어트 탈모의 뿌리가 영양 결핍인 만큼, 빠져나간 영양소를 채우는 관점으로 접근하면 됩니다.
단백질 – 머리카락의 재료
가장 기본입니다. 모발의 주성분이 단백질인 만큼, 다이어트 중에도 단백질만큼은 충분히 챙겨야 합니다. 식약처도 단백질을 두고 근육과 결합조직 등 신체 조직의 구성 성분이 되는 영양소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달걀, 두부, 생선, 닭가슴살처럼 지방이 적은 단백질 식품을 끼니마다 넣고, 식사로 채우기 어렵다면 단백질 보충제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입니다. 단백질을 충분히 챙기면 머리카락뿐 아니라 다이어트의 최대 적인 근손실을 막는 데도 도움이 되니, 일석이조인 셈입니다.
철분과 아연 – 모낭을 돌보는 미네랄
철분은 식약처가 ‘체내 산소 운반과 혈액 생성에 필요’한 영양소로 인정한 미네랄로, 부족하면 모낭에 산소가 원활히 공급되지 못합니다. 특히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이라면 더 신경 쓸 부분입니다. 아연은 ‘정상적인 세포분열에 필요’한 영양소로, 모낭처럼 세포 분열이 활발한 조직에 중요합니다. 다만 철분과 아연은 과다 섭취 시 부담이 될 수 있으니 정해진 양을 지키는 것이 좋습니다.
비타민B군 – 대사를 돌리는 조력자
비오틴과 판토텐산을 비롯한 비타민B군은 에너지 대사에 관여하는 영양소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모발 기능성이 인정된 것은 아니지만, 식사량이 줄어 전반적인 영양 섭취가 부족해진 상태를 메우는 데는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비오틴만 먹으면 머리가 난다’는 기대는 접어 두시는 편이 정확합니다.
영양제보다 먼저 점검할 것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다이어트 방식 그 자체입니다. 아무리 좋은 영양제를 챙겨도 매일 굶는 방식으로 살을 빼고 있다면 머리카락은 계속 빠집니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셈이지요. 감량 속도를 일주일에 0.5에서 1kg 정도로 완만하게 잡고, 칼로리를 줄이더라도 단백질과 미네랄만큼은 지키는 것이 핵심입니다. 특정 음식만 먹거나 한 끼를 통째로 거르는 극단적인 식단 대신, 균형 잡힌 식사로 방향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차이가 납니다. 결국 몸에게 ‘지금은 위기가 아니다’라는 신호를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도 탈모를 부추기니, 잘 자고 마음을 다독이는 일 역시 소홀히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만약 머리카락이 빠지는 정도가 심하거나 몇 달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영양제에 기대기보다 피부과나 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탈모의 원인은 영양 부족 말고도 여러 가지가 있고, 건강기능식품은 의약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건강하게 살을 빼면서 머리숱까지 지키는 길은 결국 하나입니다. 무리하지 않고, 잘 먹으면서, 천천히 가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