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장애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백만 명을 훌쩍 넘겼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언젠가부터 ‘멜라토닌’이라는 이름이 수면 이야기에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 멜라토닌을 둘러싼 규제가 최근 눈에 띄게 조여 지고 있습니다. 해외 직구로 손쉽게 사 먹던 흐름에 제동이 걸린 것입니다. 어떤 이는 안전을 위한 당연한 조치라 하고, 또 어떤 이는 지나친 규제라며 아쉬워합니다. 저 역시 건강 관련 정보를 다루며 이 논쟁을 볼 때마다 생각이 간단히 정리되지 않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이 멜라토닌 규제 강화라는 사안을 조금 차분히 들여다보려 합니다.
한국에서 멜라토닌은 ‘약’입니다
출발점은 분류입니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멜라토닌은 약국이나 마트에서 누구나 살 수 있는 건강보조식품입니다. 우리 몸에서 밤이 되면 자연스럽게 분비되는 호르몬이라, 부작용이 비교적 적다고 보아 폭넓게 허용하는 것입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멜라토닌은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만 구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같은 성분인데 한쪽에서는 영양제, 다른 한쪽에서는 처방약인 셈입니다. 왜 이렇게 분류가 갈렸는지를 두고는 여러 이야기가 오가지만, 분명한 것은 이 분류의 차이가 소비자에게 그대로 체감된다는 점입니다.
바로 이 간극이 그동안 수많은 해외 직구를 낳았습니다. 처방이 번거롭거나, 더 강한 효과를 원하는 사람들이 5mg, 10mg, 심지어 20mg이 넘는 고함량 제품을 바다 건너에서 사들여 온 것입니다. 검색창에 ‘멜라토닌’을 치면 ‘직구’가 자동으로 따라붙을 만큼, 이는 공공연한 흐름이었습니다. 블로그마다 직구 방법과 후기가 넘쳐났고, 일부 오픈마켓에서는 ‘수면 도우미’ 같은 문구로 에둘러 팔리기도 했습니다. 규제는 있었지만 현실은 그 규제를 앞질러 가고 있었던 셈입니다.
무엇이 강화되고 있나
최근의 변화는 이 흐름을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멜라토닌을 국내 반입 차단 대상 위해 성분으로 지정해 두었습니다. 이에 따라 개인이 해외 직구나 자가 수입으로 멜라토닌을 들여오려면 국내 의사의 소견서 등을 세관에 제출해야만 통관이 허용됩니다. 사실상 처방 없이는 문턱을 넘기 어려워진 것입니다. 예전에는 사실상 방치되던 부분이 이제는 실제로 통관 단계에서 걸러지고 있다는 점이 달라진 대목입니다.
감시의 그물도 촘촘해지고 있습니다. 식약처는 해외 직구 식품에 대한 구매 검사를 대폭 늘려, 2023년 3,100여 건이던 검사를 2025년에는 6,000건 수준으로 두 배가량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겨울철 수면·불면 개선을 표방한 직구 제품들을 검사한 결과, 여러 제품에서 멜라토닌 같은 성분이 검출되어 통관이 보류되고 판매 사이트 접속이 차단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멜라토닌 없음’이라고 표시된 제품에서 멜라토닌이 나온 사례까지 있었습니다. 소비자로서는 표시만 믿고 사기도 어려워진 셈입니다. 세관 역시 건강기능식품 직구에 대해 자가소비 목적의 일정 수량과 금액을 넘으면 의사 소견서를 요구하는 등, 통관 관리를 한층 강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탕이나 젤리 형태로 아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제품이 늘면서, 규제의 필요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규제 강화, 엇갈리는 두 개의 시선
이 대목에서 관점은 뚜렷하게 갈립니다. 같은 규제 강화를 두고도 정반대의 평가가 나오는 것입니다.
규제를 지지하는 쪽의 논리는 ‘안전’입니다. 해외 직구 제품은 함량이 들쭉날쭉하고 불순물이 섞일 수 있으며, 고함량일수록 부작용 위험이 커진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고함량 제품을 복용한 뒤 낮 동안 머리가 무겁고 집중이 안 되거나, 새벽에 자주 깨고 악몽에 시달렸다는 경험담도 심심찮게 전해집니다. 무엇보다 성장기 어린이가 호르몬의 일종인 멜라토닌을 통제 없이 먹을 경우, 신경 내분비나 성 발달, 대사 조절 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큽니다. 실제로 최근 칠레에서는 멜라토닌을 의약품으로 분류해 18세 미만 사용을 엄격히 금지하고 55세 이상의 단기 사용으로만 제한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기도 했습니다. 안전이 확인되지 않은 성분을 느슨하게 열어 둘 수는 없다는 것이 이 시각의 핵심입니다.
반대편의 시선은 ‘접근성과 선택권’입니다. 해외에서는 부작용이 비교적 적은 성분으로 보아 건강보조식품으로 널리 파는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전문약으로 묶어 문턱을 높인다는 것입니다.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 개인이 스스로 이로움과 위험을 판단할 여지를 지나치게 좁힌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한 매체의 칼럼은 이를 두고 ‘작은 부작용 가능성 때문에 수많은 규제를 만드는’ 관행이라 꼬집기도 했습니다. 흥미롭게도 규제 기관 내부에서조차 규제 과학이 국민 정서와 동떨어져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 바 있습니다. 어느 쪽도 쉽게 틀렸다고 말하기 어려운, 저마다의 이유가 있는 시선들입니다. 안전을 앞세우면 접근성이 좁아지고, 자유를 앞세우면 안전이 흔들리는, 쉽지 않은 저울질인 셈입니다.
업계와 소비자에게 남는 숙제
저는 이 사안을 옳고 그름의 문제로만 보기보다, 우리에게 던져진 숙제로 읽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규제가 조여질수록 오히려 음지의 우회로가 생기고, 불법 반입이나 중고 거래 같은 더 위험한 방식이 고개를 드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공식적인 직구가 막히자 비공식 경로로 고함량 제품을 구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다고 합니다. 막는 것만으로는 수요 자체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결국 관건은 안전과 접근성 사이의 균형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입니다.
건강기능식품과 식품 업계에도 이 변화는 중요한 신호입니다. 국내에서는 이른바 ‘식물성 멜라토닌’이 일반식품으로 분류되어 유통되고 있는데, 이런 제품을 기획할 때 의약품으로 오인될 만한 과장 광고를 피하고, 특히 어린이를 겨냥한 포장이나 마케팅은 삼가는 신중함이 필요합니다. 규제 당국이 표시와 광고를 예의주시하는 흐름 속에서, 무리한 마케팅은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천연’이나 ‘어린이용’ 같은 문구에 현혹되기보다, 직구 고함량 제품의 위험을 분명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잠이 오지 않아 정말 힘들다면, 임의로 해외 제품에 기대기보다 전문가의 상담을 받거나 테아닌, 마그네슘처럼 국내에서 검증된 수면 관련 원료를 살펴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단순히 잠드는 것을 넘어, 깊고 편안하게 자는 것이 진짜 목표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잠은 누구에게나 절실한 문제입니다. 그렇기에 멜라토닌 규제를 둘러싼 논의는 앞으로도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규제의 방향이 사람들의 안전을 지키면서도, 현실의 정서와 지나치게 동떨어지지 않는 지점을 찾아가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결국 이 논쟁의 밑바닥에는 ‘잘 자고 싶다’는 우리 모두의 소박한 바람이 놓여 있으니 말입니다.




